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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방법에 대한 고찰 본문
어린시절 나는 그냥 외우라는 말을 가장 싫어했다. 이유 없이 그냥 하라는 말에는 무조건 반항하던 학생이었다.
중학생 1학년 수학시간, 루트 라는 개념을 배웠다. 어떤수를 제곱하여 나온 값이 있다. 그 값의 근원지를 루트라고 한다. 2의 제곱은 4이며 4의 제곱근, 루트4는 2라는것이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던 부분은 루트2로 넘어간 순간이었다. 루트2를 제곱하면 2가된다. 나는 그 값이 4의 제곱근은 2인것처럼 특정 숫자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루트2 자체가 숫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생님께 실제로 어떤 값인지 여쭤보았고, 루트2는 그냥 외워야한다 라고만 대답이 돌아왔다.
나에게 루트2는 숫자 자체보다는 하나의 그림 같았다. 그건 누가 정의한것이고 내가 루트2자체를 실제 값으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게 왜 수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학생1학년은 무한소수를 배우지 않은 상태라 더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는걸 안다.
“2.0 자체의 딱 떨어지는 숫자가 없다.
무한히 내려갈수 밖에 없다.
아직 중학교 1학년 커리큘럼에는 없는 개념이니까
내년에 이 개념을 배우면 다시 설명해주겠다.
1.41421356……. 직접 해보는건 어떠냐?”
라고만 설명해주셨더라도
나는 이해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나를 이해시킬 생각이 없었다. “루트는 그냥 외우는것이다.” 라고만 답을 하셨다.
나는 왜인지 더 이해하고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나에게 굉장히 공격적으로 말했다
(받아들이는 나의 입장에선 그랬다. 선생님은 그냥 극도로 이성적인 사람이었던것일수도 있다.)
”상위권 반에 30명이 있는데 10등을 하고있는 너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면 나는 나머지 20명이 내 수업을 못알아 듣고 있다고 생각해야 하느냐.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다“
SKY를 나오셨고, 지금 내 나이에 선생님이 되신 그분의 능력은 출중할지 몰라도, 나는 그분이 선생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울면서 더 이상 당신에게 수업을 받고싶지 않다고 표현한 후 반을 옮겼다.
두번째 사건 역시 중학생과 고등학생 시절을 아우른다.
영어의 문법을 처음 공부할 때
동사/명사/동명사/형용사/전치사 등 새로운 단어가 엄청 많이 등장했다.
형용과 전치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일까?
커리큘럼에선 굳이 단어의 의미를 알려주지 않았다. 형용사는 꾸며주는거고 이러이러란 예가 있다 정도의 설명만을 했다. 그래서 언제 사용되는지..
나는 문법을 넘어 갈 때마다 고통스러움을 느꼈다.
“ 나는 형용이 무슨 뜻인지부터 알고싶은데 책에서도 그런걸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끊임없이 이렇게 공부해야하면 난 외우는게 너무 힘들다 ” 하며 부모님 앞에서 엉엉 울었다.
당시 나에겐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개념도 없어서 결국 그 단어의 뜻을 알지 못한채 고등학생이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니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영어 문장이 길어졌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한국어로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쓸데없는 문장의 나열이었다.
한국어로도 이해가 안되는데 그걸 영어로 보고 문제를 해결할수 없었다.
중간고사 정도의 난이도는 이해가 안되도 완전 달달 외워서 어떻게든 커버를 쳤다.
첫 모의고사를 봤다. 그런 문제들이 잔뜩 나왔다. 선생님들은 어려울땐 그저 외우면 된다 라고 하셨다. 중학생 시절 수학선생님이 연상되며 회의감이 느껴졌다.
이때 중2병이 왔다. 공부를 해봤자 남지 않는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시험전날 노래방에 갔다. 야자 시간에 땡땡이를 쳤고 집에 도망가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가장 중요하다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인생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마음은 홀가분했다.
학원을 가도 비슷한 선생님들이 많았다. 학원은 또 이미 있는 학생들과 진도를 맞춰야했기 때문에 내가 이해하지 못했을때 나를 기다려줄수 없었다.
과외를 해보았다. 과외 선생님들은 이미 회의감에 빠지고 늦어버린 나를 일으킬수 없었다. (없었을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교육을 해주실 선생님이 한국 어딘가엔 계셨겠지만, 나는 성인이 되기 전에 만나지 못했다.
고3이 되자마자 이름 들어보지도 못할 대학에 갈것이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지금 성적에 가장 잘 갈수있는 전형이 무엇인지 보고 그때부터 열심히 공부를 했다.
경기권 4년제에 어떻게 합격은 했다.예비 번호로 거의 문닫고 들어간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혼자 공부해서 성적을 냈다는 사실 하나로 만족했다.
나는 대학에서도 공부법에 대해 헤메었다. 그럼에도 욕심은 있어서 이해가 안되면 단순히 외우는 전법을 사용했다.
전공 과목들을 배우면 배울수록 점점 생소해졌다. 공부한 내용을 내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당시 성적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것은 주변 친구들이 많이 놀아서 운좋게 받았던것이다. 상위권 대학에 갔으면 이런 운도 없었겠지.
2학년이 되자 내용은 더 어려워졌다.
특히 리눅스의 경우 명령어 자체를 외워야 시험을 잘 볼수 있었는데 영어암기의 악몽으로 이어졌다. 처음으로 C+을 받았다.
너무 다양한 용어와 개념만 나와서 그게 무엇인지 맞춰야하는 과목은 나랑 잘 맞지 않았다.
수학이나 운영체제론을 배울때 가볍게 A+을 받았는데 내가 끊임없이 암기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해 후 외워지는게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스토리가 있는 과목 위주로 듣기 시작했다. 단순 암기과목보다는 스토리가 확실한 과목이 더 낫다는걸 인지했기 때문이다.
3학년때 나간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을 했고, 특허출원을 해보았다. 놀라운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취업에 문제가 없을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교수님을 통해서 바로 취업연계도 가능했고, 공모전 멘토님은 자기 회사에서 일해보는것이 어떻겠냐는 제안도 주셨다. 23살의 나이에 그런 제안을 받는다는것도 너무 감사했다.
그런데 내 마음속 깊은곳에서 불편하다는 감정의 싹이 폈다. 대학시절 엄청 다양한 경험을 한것이 분명한데도, 내가 “잘”하는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스스로를 믿을 수 없는데 누가 나를 믿어줄 수 있을까. 내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을때 취업을 해야겠다. 그리고 그정도가 되면 대기업을 뚫겠지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는 그렇게 1년 휴학을 결정했다.
첫번째 목표는 흩어져있던 전공지식을 다시 복습하고 공부해 조금더 내 자신에게 떳떳해지는것,
두번째 목표는 부족한 정량적 스펙을 추가하는것,
세번째 목표는 다른 학교 사람들과 교류하며 시야를 넓히는 것이었다
휴학 이후에도 엉덩이 붙히기를 습관처럼 하고있었다. 아직 공부법을 찾지 못해 효율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나는 내 공부방법을 이해했다. 나는 암기를 할 수 없다. 사실 천재가 아닌이상 한번보고 외우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반복해서 노출시켰기때문에 자연스럽게 외워지는것이지
첫번째는 지식을 처음 접하는 시기이다.
이 때엔 외우겠다는 불편한 감정을 버려야한다. 가볍게 이런 개념이 있구나 하고 관심없다는 듯이 바라봐야한다.
만약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개념이 추가로 발생하면 그에 대해서도 가볍게 검색한다. 끝없이 이 과정을 반복하면 가볍게 개념을 본 것 같지만 사실 연관된 개념들까지 한번 훑어보게 된다.
열심히 찾아보는데도 이해가 안되는 개념이 나오기도한다. 그건 아주 과감하게 버린다.
“지금 내가 받아들일수 없는 개념이야” 인정하고 다른 새로운 개념으로 탐험을 떠난다.
이렇게 여려본 반복하면 같은 주제안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흡수한다.
나의 언어로 어딘가에 정리해두면 더욱 효과적이다.
두번째. 어느순간 지식이 이어진다.
다른 지식을 보다가 이전의 지식이 필요함을 깨닫게된다. 이때 이전 기억을 꺼내보게된다. 나의 언어로 정리해두어서 다시 한번 읽어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만약 과거의 내가 이해 할 수 없었던것이 같이 나온다면 지금의 나는 이해할수 있는지 확인한다. 지식을 쌓는동안 성장한 부분이 있어 가능할 때가 더욱 많다.
지식을 접하고 반복하고, 이해안될때는 그냥 넘어가고, 그러다 다시 보고… 이것이 내가 찾은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이다. 부담스럽지도 않고 꾸준하게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이런 공부법을 통해 나는 현재 끊임없이 학습하며 매일 “어제보다 더 나은 나” 를 느끼고 있다.
한가지 안타까운점은 이런 공부방식은 14세부터 19세까지 시험 성적을 기반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1- 과목이 여러개로 나누어져있고 엄청난 연관성을 보이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과목이기때문이다
2- 모든 내용이 처음 공부하는 내용이다. 도중에 멈추면 다음을 넘어갈 수 없다.
3- 결국 단순암기로 승부 봐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4-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졌다지만, 절대로 평등하지 않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집중 케어를 받는 학생이 있는 반면 본인이 생계를 책임져야해서 기회조차 잡아보지 못한 학생도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여전히 고통받는 학생도, 학습법을 고민하는 친구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운 좋게도 25세 정도에 나만의 방식을 찾았고, 이제는 공부가 스트레스가 아닌 성장의 과정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 학창 시절 조금 더 나에게 맞는 공부법을 일찍 찾았다면, 내 학습 경험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조금 더 일찍 나만의 방식을 찾아 적용했더라면
세상이 빠르게 선명해졌겠지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것을 선택했을때,
공부는 자연스러운 의지의 표현 아닐까 생각한다.
좋아하기 때문에 더 알아가고싶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몰입은 그렇게 발생한다.
더이상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지도, 비교를 함으로써 나를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
‘외우기 위한 공부’를 하지 않는다. 이해하고,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익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덕분에 학습이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흥미로운 탐구 과정이 되었다.
앞으로도 어떤 새로운 것이 나에게 다가올지 기대되는 삶을 살아갈것이다.
_학습방법에 대한 고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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